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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Am Not a Witch

    I Am Not a Witch 붉은 리본에 묶인 소녀의 침묵

    마녀로 지목된 어린 소녀 ‘슐라’가 아프리카의 외진 마을에서 겪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다. 슐라는 갑작스럽게 체포되어 마녀라고 불리는 여성들의 무리 속에 편입된다. 그녀는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긴 붉은 리본에 묶인 채 살아가게 되는데, 그 리본은 단순한 상징이 아닌, 그녀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의 물리적 구현이다.
    정부 관리들은 슐라를 전시물처럼 다루며 예언 능력을 이용하려 하고, 그녀의 존재는 점점 상품처럼 변한다. 어린 소녀는 판단도, 선택도 허락받지 못한 채 어른들의 프레임 속에서 조용히 순응할 뿐이다. 영화는 슐라의 무표정한 얼굴을 자주 비추며, 말 대신 감정을 전달한다. 그녀의 침묵은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어쩌면 체념에 가까운 수동적인 저항이다. 이 줄거리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품고 있다.
    슐라는 어느 날 이유도 설명 없이 ‘마녀’로 지목된다. 단지 주위를 둘러봤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마을의 전통과 미신은 그녀를 마녀 캠프라는 공간으로 내몬다. 이곳에서 그녀는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긴 붉은 리본에 연결된 채 살아간다. 붉은 끈은 곧 구속의 상징이며, 사회가 만든 눈에 보이는 감옥이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에서 책임을 지게 되고, 점차 ‘예언 능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처럼 포장된다.
    그러나 실상은 이용당하는 존재일 뿐이다. 슐라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어떤 말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묶인 채 침묵으로 살아간다. 이 영화는 거대한 사건 없이도, 슐라라는 소녀의 무표정한 얼굴과 억눌린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그 불편한 현실을 묘사해낸다.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아이의 시선에서, 우리는 구조적 억압을 목격하게 된다.

    제도와 미신 사이에 갇힌 인간성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미신과 전통,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는 듯하면서도 은밀히 이용하는 제도의 교묘한 공존이다. 영화 속 세계는 한편으론 행정이 존재하고 교육이 진행되며, 정부가 사람들의 삶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동시에 ‘마녀’라는 낡은 개념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현대화된 틀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사회 구조에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슐라는 단지 미신의 희생양이 아니라, 체제 전체의 관성 속에 갇힌 존재다. 특히 공무원들이 그녀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며 이익을 챙기는 모습은 이 영화의 날카로운 풍자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미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모습만 달라졌을 뿐이다. 영화는 인간이 어떤 믿음 아래에서 어떻게 타인을 억압하고 소외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히 낙후된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는 현대적인 제도가 작동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미신과 비합리적 믿음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슐라를 포함한 '마녀'들은 현대 국가 속에서 시스템에 흡수된 존재로, 구경거리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 있다. 영화는 정부 고위 인사들이 그녀를 이용해 예언을 받아내고, 그녀의 존재를 권력 유지에 활용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관객은 점차 이 모든 구조가 아이 한 명의 자유를 억누르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짜여 있는지를 알게 된다. 슐라의 리본은 육체적인 속박인 동시에 상징적인 통제의 도구다. 이 영화는 결국 ‘문명화된 폭력’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믿는 시스템이 정말 합리적인 것인지 되묻게 만든다.

    절제된 연출 속 진한 블랙 유머의 힘

    드라마틱한 전개 없이도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감독 롱기 무시라는 과장되지 않은 연출로 관객을 조용히 흔든다. 영화는 슐라의 감정선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녀를 둘러싼 환경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특유의 정적인 화면과 넓은 공간감은 주인공의 고립을 더욱 강조하고, 붉은 리본은 시각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한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깔리는 블랙 유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현실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상황은 어이없고, 대사는 때로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밑에 흐르는 맥락은 진지하고 무겁다. 이 영화는 쉽고 편하게 소비되는 사회비판이 아니라, 한 아이의 침묵과 체념을 통해 관객이 끝까지 불편함과 마주하게 만든다. 그 정직함이 이 작품을 오래 기억에 남게 한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감정 몰입 방식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대사도 적고, 음악도 거의 없이 진행되지만, 그 정적인 연출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슐라의 무표정한 얼굴, 넓은 들판 위의 붉은 리본, 간결하게 잘린 컷들은 현실의 부조리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인물 간의 감정 표현을 억제하면서도, 카메라 움직임과 장면 구성을 통해 그 감정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인상 깊다. 블랙 유머는 영화 전반에 퍼져 있고, 그 아이러니한 설정이 오히려 현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 이어지며, 관객은 끝내 편안하게 머물 수 없게 된다. 설명 대신 체험을 요구하는 영화다. 화면 하나하나가 의미를 담고 있어, 보고 나면 생각이 오래도록 머문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분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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