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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eta
    Pieta

    폭력과 피로 엮인 두 사람의 만남

    자비 없는 채권 추심자 강도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나 자신이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한 여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강도는 도시 외곽의 음침한 공장지대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잔혹하게 괴롭히며 돈을 뜯어낸다. 그에겐 인간적인 감정도, 연민도 없다.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한 여자가 등장해 자신이 그의 친어머니라고 말하며 따라다닌다. 처음에는 경멸하고 밀어내지만, 그녀의 존재는 강도의 내면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점차 그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는 이 둘 사이에 맺어지는 묘한 관계를 통해 점점 인간성과 구원, 그리고 복수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끌어낸다. 단순히 모자 관계의 재회가 아닌, 이 만남은 치밀하게 설계된 서늘한 이야기의 서막이다.
    공장지대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강도는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에게 상해를 입히고, 보험금을 회수하는 냉혈한 채권추심자다. 그는 철저히 감정을 배제하고 폭력으로만 움직이며 살아간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 날, 자신이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강도는 처음엔 그녀를 밀어내지만, 점차 혼란에 빠진다. 고아로 자란 그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모성이라는 감정에 서툴게 반응하게 되고, 그 관계는 점차 엇갈린 신뢰와 불안으로 깊어진다.
    여인의 존재는 그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강도는 잊고 있던 인간적 감정에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한 재회나 치유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점점 비틀어지며, 강도의 과거와 선택들이 그의 발목을 붙잡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구원인지 파멸인지 알 수 없는 길로 향한다.

    돈으로 얽힌 인간성과 복수의 역설

    자본주의의 민낯을 잔인할 정도로 날카롭게 드러낸다. 채무자들이 기계 부품처럼 취급되는 공장지대, 고통을 대가로 거래되는 생명, 그리고 인간이 돈 앞에서 어떻게 타인의 존엄을 짓밟을 수 있는지를 서슴없이 보여준다. 강도는 그러한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괴물이며, 그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곧 인간성과 연민의 기억을 되살리는 트리거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구원 서사가 아니다. 뒤로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복수와 처절한 감정의 뒤엉킴이며, '구원'이라는 단어조차 아이러니하게 보일 만큼 비극적이다. 이 작품은 돈이 만들어낸 상처가 단순히 물리적 폭력을 넘어, 인간의 관계와 감정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시작된 만남이 가장 슬픈 방식으로 끝나는 이 구조는, 자본주의 사회의 극단적인 단면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공장지대는 인간보다 부품이 중요시되는 구조이며,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내던진 채 살아간다. 강도는 그 구조 속에서 태어난 괴물이다. 그는 돈을 중심으로 사람의 가치와 생존을 평가하며, 채무자를 단순한 ‘이익의 수단’으로만 대한다. 영화는 이러한 구조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보여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희생과 죄의식, 그리고 복수가 어떻게 뒤엉키는지를 보여준다.
    등장하는 여인은 단지 ‘어머니’가 아니라, 그가 저질러온 죄악을 모두 반영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녀가 품은 감정은 분노이자 연민이고, 그 복잡한 감정은 강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 잔혹한 구조 안에서, 인간은 결국 복수를 통해서만 감정을 환기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구원이란 말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 세계다.

    기괴함과 시로 뒤덮인 김기덕의 충격 미학

    한편의 고통스러운 시처럼 흘러간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날 것 같은 연출, 인물 간의 극단적인 감정 충돌, 그리고 윤리적 경계선을 넘나드는 서사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빠져들게 한다. 인물들의 대사는 절제돼 있고, 말보다 표정과 시선, 행동이 감정을 전한다.
    영화의 톤은 무겁고 어둡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서정적인 감정이 스며 있다. 특히 붉은 피와 성경적 상징을 함께 배치하며, ‘피에타’라는 제목처럼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구원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비춘다. 불편함을 견디는 자만이 이 영화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 끝에서 남는 감정은 단순한 충격이 아닌, 설명할 수 없는 먹먹함이다. 이 작품은 감상이라기보다 체험에 가깝고, 보는 내내 관객에게 자신의 도덕성과 감정선을 시험하게 만든다.
    보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폭력적인 장면, 도덕적 경계를 흔드는 전개, 그리고 윤리적으로 모호한 인물들의 선택은 쉽게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엔 묘한 서정성과 정서적 진동이 담겨 있다. 김기덕 감독은 말보다는 정적인 시선과 침묵으로 감정을 채운다. 특히 인물의 클로즈업, 피로 물든 장면, 무채색 톤의 공간들이 감정과 상징을 겹겹이 쌓아간다.
    이 영화는 단순히 충격적인 전개에 기대지 않고, 한 인간의 붕괴와 흔들림을 통해 보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피에타’라는 제목처럼, 고통 속의 연민을 담고 있지만 그 연민은 결코 온전한 구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감상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 잔상은, 결국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이 영화는 감정보다는 직관과 체험으로 다가오는 묵직한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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